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다. 지나가다 들렀다고 한다. 식사중 그가 물었다. ‘저번에 동생일은 어떻게 됐어?’ 간결하게 답했지만 포인트가 이어지면서 전체적인 상황을 다시 구성하게 되었다. 감정의 파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차분하게 했고, 이야기가 마칠땐 혈압이 약간 올랐을 뿐이었다. 마쳐야 할 일이 있어 돌아온 사무실이었지만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멍이 들었구나. 결국 아무것도 못했다.
글을 쓴다는 것
그렇게 흔들리고 싶지 않아서 글로 남기는 상황들이 있다. 그런 글을 쓰는건 꽤 힘든 일이지만 그런 글이 없어 반복해야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글이 있어 읽는다고 모두가 이해하는건 아니지만 내가 반복할때 예상치 못한 감정에 휩쓸리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에너지를 흐트러트리지 않고 글을 통해 같은 곳을 바라보는데는 도움이 된다.
나에게 글이라는건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였다. 같은 내용을 반복하기 싫어 요약하는 도구. 컨텍스트는 만남에 따라 달라지기때문에 What이나 How에 대한 내용을 하나의 모듈로 만들어 놓으면 만남을 앞뒤로 연결해주는 도구가 된다. 전체적인 내용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간결히 압축해서 전달하는 날씬한 도구로 만드는 것이 처음 글을 쓰는 목표였다.

글을 쓰는 두번째 이유는 배우기 위해서였다. 한번 읽고 본것으로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정보의 홍수속에서는 많은것을 아는것 같아도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경우는 적다. 정보가 나라는 필터를 거쳐 글로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가를 알수 있다.
세번째는 그 당시의 나를 남겨놓기 위함이다. 인생의 어떤 시기에서 남겨놓은 글들은 돌아보면 부끄러울 때도 있고 부러울때도 있다. 과거의 나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글은 그때가 아니면 절대 나오지 않는 글들도 있다. 반드시 그때 감정을 옆에 앉혀놓고 써야만 나오는 글이다. 오늘과 같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감정을 실은 글과 같이.
나에게 글이란 정보를 전달하고, 배우고, 나를 남기기 위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