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도마리에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된 뉴욕타임즈 글이 있어서 관심가는 부분에 대한 발췌.
단상
- 반대도 관심이 있어야 가능
- Simple 해야하고, Simple 해야 하고, Simple해야 한다
- 유명해지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고, 그 다음에 무엇을 할까가 중요하다
발췌메모
원문 : ‘정리 여왕’ 곤도 마리에와 정리정돈을 둘러싼 가차없는 전쟁 – The New York Times
일생일대의 정리 마라톤”이라는 절차가 대표적인데, 자신의 물건을 다섯 가지 범주(의류, 책, 서류, 소품, 사진 등 추억의 물건)에 따라 순서대로 분류한 뒤 하나씩 내가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고 너무 많지는 않은지 평가하는 것이다. 평가의 기준은 물건을 하나씩 꼭 안아보고 만져봤을 때 설레는지 아닌지다. 여전히 설렘을 주는 물건은 계속 간직해도 되지만,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 물건에는 진심 어린 “고맙다”는 인사를 소리 내 말한 뒤 새 삶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적당한 곳으로 보내준다. (버린다) 곧 상표로 등록될 ‘곤마리’ 정리법의 핵심이기도 한 이 과정은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과 더 최근에 출판된 책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에 자세히 설명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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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곤도 마리에가 무소유를 좇는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대신 그녀는 소유를 통해 진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많이, 혹은 적게 소유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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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랫동안 집안을 정리해 스스로 정리에는 도가 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개 엄격한 곤마리 정리법에 콧방귀를 뀌었다. (한 미국인 정리 전문가는 내게 곤도 마리에의 책을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책 내용 가운데 옳다고 인정하는 데는 녹색 종이로 표시를, 반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분홍색 종이를 붙인 다음 찍은 사진이었는데, 녹색 표시는 16군데였고, 분홍색 표시는 50군데가 넘었다) 반대로 곤도 마리에의 듣기 싫은 잔소리를 받아들여 곤도가 제시한 방법대로 집안을 치우고 정리한 결과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곤도 마리에 덕분에 삶이 바뀌었고, 앞으로도 곤도의 철학을 따르겠다는 뜻으로 자신을 “콘버츠(Konverts)”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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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찰에 “정리 끝!”이라고 자랑스레 적어놓은 사람은 전체 참가자의 1/3에 조금 못 미치는 27명이었다. 나와 같은 조에 있던 수잔이란 이름의 한 참가자는 곤마리 정리법대로 정리를 마친 참가자 중 한 명이었는데, 그녀는 곤마리 정리 전문가가 되고자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정작 아직 그 정리법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이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대단히 실망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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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들에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는 건 여성에게 굉장히 강력한 메시지예요.”
그녀의 말에 그 자리에 모인 모두가 눈을 크게 뜨고 입까지 벌린 채 정말 그렇다는 듯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온몸으로 동의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이애나는 말을 이었다.
“저는 행복의 반대는 슬픔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죠. 그건 혼란과 무질서예요.”
다른 한 여성은 나쁜 남자친구를 ‘곤마리’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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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 중에 곤도 마리에는 정리의 기쁨을 발견했을 때 몸이 이를 어떻게 느끼는지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 오른팔을 들어 위를 가리키고 왼발도 무릎을 구부려 들면서 마치 공중에 떠 있거나 하늘을 날기라도 하는 듯한 환희에 찬 자세를 취했다. 그렇게 찻잔 모양의 앙증맞은 자세를 취한 다음에는 작은 손동작을 하며 “경”이라고 들리는 듯한 소리를 외쳤다. 설렘이란 단순한 행복과는 다르다. 설렘은 효율적이고 사랑스러운 그 무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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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설렘이 없는 삶이 어떤지도 그녀는 다른 몸동작으로 표현해 주었는데, 두 발을 비롯해 온몸을 아래로 축 늘어뜨리고 딱 봐도 갑자기 몸에서 힘이 쪽 빠져나간 듯한 자세였다. 설렘이 없는 상황을 연기하자 곤도 마리에의 모습은 더 어두워 보였고 순식간에 나이가 들어 보였다. 설렘이 없는 상황을 일컫는 단어는 딱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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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꿈은 세상을 정리하는 겁니다.”
곤도가 발표를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청중들은 환호했고, 곤도는 다시 한 번 손을 들어 하늘을 찔렀다. 그 모습은 마치 록키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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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는 (정리하러) 새집에 들어갈 때 마루 한가운데 앉아 각 공간과 먼저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셔츠 한 장을 갤 때도 곤마리 정리법대로 위엄있는 봉투 모양으로 세워놓을 수 있을 만큼 판판하게 개지 않고 남들 다 하는 식으로 느슨한 직사각형 모양으로 대충 접어놓는 건 우리가 (잠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종일 우리 어깨 위에 걸려있으면서 계속 맡은 바 역할을 다하는 데 필요한 셔츠의 품위를 앗아가는 일이라고 곤도는 말한다. 양말도 필요할 땐 쉬어야 하고, 주머니 속 동전도 막 다뤄져서는 안 되며, 타이츠를 가운데를 꽉 묶어 보관하면 타이츠가 숨을 못 쉰다고 믿는다. 곤도는 당신의 옷이 소임을 다해 당신의 몸에 꼭 맞게 잘 입혀준 데 대해 옷에 감사해야 한다며, 감사의 표시로 옷을 다음번 입을 때까지 푹 쉬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한다. 옷을 버릴 때도 그냥 집어던질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옷이 내게 해준 일에 감사하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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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공간, 당신의 삶을 환히 빛나게 해줄 아이템이라고 소개해놓은 물건만은 버리지 말고 간직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유혹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곤도는 그 누구의 기준도 아닌 자신의 기준과 방식에 따라 물건을 소유하라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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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미국은 일본과 분명 똑같지 않죠. 하지만 궁극적으로 물질적인 소비, 구매를 통해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잘못된 환상에 빠져들기 쉽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습니다.”
곤도는 정리에 대한 다른 철학이나 의견에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다. 나중에 “그의 정리법도 굉장히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내게 말하기도 했다. 곤도 마리에는 곤마리 정리법이 누군가에게는 따라 하기 어렵고 잘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시인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녀의 공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서서 여지를 남겼다.
“저는 여러 가지 다른 정리법이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저의 정리법이 누군가에게는 설렘을 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대신 그의 정리법이 그럴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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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에서 온갖 것을 정리하는 전문가들을 두루 만났다. 지하실 정리 전문가, 디지털 잡동사니 정리 전문가, 사진 정리 전문가, 자신을 “1인 사업가”라 칭하는 사람들 다수. 그나저나 1인 사업가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잘 모르겠다. 생각을 정리한다는 전문가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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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원했던 논의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는데, 좀 더 근본적인 원인, 정신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니면 적어도 “왜 먹지도 않을 콩 통조림을 자꾸 사게 되는가?” 같은 문제를 다뤘다면 좋았을 것이다. 그나저나 나는 도대체 왜 그걸 계속 사는 걸까? 사놓고 나서는 왜 먹지 않는 걸까? 콩은 값싸고 영양가 높은 슈퍼푸드다. 나는 콩을 좋아한다. 그래서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하지만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전문가라는 이는 단조로운 목소리로 보관함의 칸을 어떻게 나누는 게 좋은지, 성가신 구석장에는 뭐가 들어가야 하는지, 쓸모 있는 공간을 얼마나 잘못 사용하거나 낭비하고 있는지 같은 얘기만 줄곧 했다. 찬장이나 수납공간 안에 작은 틈새 공간이 생기는 것도 극도로 꺼리는 정리 전문가는 다행히도 작은 서랍이나 무언가를 놓아 그런 공간을 채우고 활용할 수 있다는 팁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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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에 온 미국 전문가들은 시간을 아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앱부터 눈에 잘 띄는 이름표, 최고 성능의 마커를 비롯해 자신들이 갖고 있거나 써본 접착 노트나 수납용 칸막이 등 온갖 도구에 대한 최신 정보를 교환하기 바빴다. 정리를 의뢰하면서 언제까지 어디를 얼마나 정리해달라는 요구를 제때 알려주지 않는 고객을 어떻게 하면 잘 다룰 수 있는지에 관한 팁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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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퍼런스에 모인 회원들에게는 저마다 각자 정리법이 있었다. 이들은 그러나 일본인 침입자를 업신여기는 대목에서는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쳤다. 그들은 이미 약이 잔뜩 오른 듯 써놓은 블로그 포스팅이나 대체로 곤도에 대한 반감을 서슴지 않고 드러낸 대화 중간중간에 곤도를 향해 전쟁을 선포했다. 곤도 마리에 신드롬은 순전히 노련한 마케팅의 승리이고, 그녀가 기저귀를 떼기 한참 전부터 자신들이 몸에 익혀 해오던 것과 그녀가 내세우는 ‘노하우’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그들은 정리에 정해진 순서가 있다는 걸 싫어했고, 고객이 원하는 것과 고객에게 주어진 시간에 맞춰 정리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평균적으로 한 번 끝내는 데 반년 정도 걸리는 “일생일대의 정리 마라톤”이라는 과정도 비판을 받았다. 때로 정리라는 것이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평생 계속될 수도 있는 것인데, 언제부터 언제까지 시간을 정해놓고 딱 끝내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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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을 비롯해 아이들의 물건을 어떻게 정리하고 처분할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이 없다는 것도 그들이 주저하지 않고 꼽은 곤마리 정리법의 약점이었다. 모든 서류를 폐지 취급하고 버려야 한다는 원칙도 그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실 이 부분은 미국 정리 전문가 협회 회원들이 곤마리 정리법을 잘못 이해한 것인데, 곤도는 서류 뭉치는 보통 설렘을 주지 않는 것이기에 가능한 보관할 서류를 최소화하는 게 좋다고 말했지 모든 서류를 버리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보다 곤도는 서류를 세 가지로 분류해 정리하라고 조언한다. 첫째, 지금 당장 버릴지 말지 결정해야 할 서류, 둘째, 당분간 보관해 둘 서류, 그리고 셋째는 영원히 버려서는 안 되는 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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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인정받을 때까지 미국 정리 전문가 협회 회원들은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개인 비서” 같은 직함을 써야 하는데,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함은 “생산성 향상 컨설턴트”다. 이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수년간 해온 일을 새삼스럽게 곤도가 자신만의 독특한 비법인 것처럼 마케팅 하나로 기가 막히게 포장해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적어도 세 명이나 내게 이런 말을 했다.
“(곤도 마리에는) 그저 마케팅의 성공 사례일 뿐이에요. 우리가 해온 것과 별로 다른 새로운 것도 없잖아요.”
나와 이야기를 나눈 미국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곤마리 정리법이나 자신의 방법이나 기본적인 뼈대는 같다고 말했다. 고객들은 더 이상 필요 없거나 원치 않는 것은 과감하게 폐기해 버려야 한다는 원칙 말이다. (이들은 숙청하거나 제거한다는 뜻이기도 한 ‘purge’라는 단어를 썼다. 반면 곤마리 정리법에서 물건을 버리는 행위는 영어로 옮겼을 때도 더 차분한 ‘discard’ 정도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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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에 더해 곤도가 물건에 감사 인사를 하라든가 조금 다른 방법으로 물건을 접고 개라고 제시한 대목에서 이들은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격노한다. 이러한 분노는 미국에서는 삶이 더 복잡하고 물건들도 훨씬 더 짐스러우며, 의사 결정을 내리기도 더 힘들다는, 즉 미국은 일본과 다르다는 전제 뒤에 가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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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미국 정리 전문가 협회 회원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글쎄요, (아직 결혼 안 한) 20대 일본 여성이 헬로키티 장난감이나 잔뜩 널린 그런 집에 있다가 정리라는 걸 좀 해볼까 생각했을 때 읽을 만한 책정도라고 할 수 있죠.”
위의 발언도 무척 공격적인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주의의 기미가 뚜렷이 엿보이지만, 다른 발언들은 뉴욕타임스 지면에 싣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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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곤도의 장황한 말씨도 싫어했다. 곤도가 쓰는 “정리정돈”이라는 단어도 그들에겐 애매하고 거슬렸다. 한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정리정돈은 시어머니가 집에 오기 전에 하는 게 정리정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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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문가들은 고객의 물건을 정리해서 그들의 삶을 개선하는 법을 찾고자 하는 반면, 곤도 마리에는 정리와 그를 통한 정신적 수양을 통해 고객의 삶을 마법처럼 바꿔놓으려 한다는 것 아닐까? 곤도의 엄격한 일생일대의 정리 마라톤은 차근차근 정리하는 법을 용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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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하루 일을 마칠 때 공기 중에 그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 스프레이 향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안 보이는 그녀의 기나긴 일과가 끝이 났다는 걸 자신에게 알리는 일종의 신호이자 의식이다. 나는 가파른 성장세에 돌입하려는 곤마리 회사의 앞날과 무엇보다 마음의 안식을 얻고자 대단히 엄격한 수단에 기대는 곤도 마리에의 성격이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솔직한 인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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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만 보면 꽤 야심 차 보이지만. 곤도는 오히려 곤도를 찾아오는 고객들과 비슷한 점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물건, 소유에 관해서는 우리는 모두 같다. 우리가 서랍장, 수납장을 열고 우리를 설레게 하지 않는 것들을 모두 정리하고 죽기 전에 우리 자신을 분류해보면 결국 여전히 그 모든 물건 더미 밑에 있던 사람은 그저 평범한 우리였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허점투성이에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정리를 끝마친 후에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곤도는 이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다.
참고) 공간을 넓게 만드는 곤도 마리에 정리 수납법 https://blog.lgchem.com/2016/06/king-of-storage/
참고2)
참고3)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