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藤豊雄

‘그거, 내가 해줄 게’라는 장인(職人·쇼쿠닌)들이 많아야 수준 높은 건축을 할 수 있다. 솔직히 그들에게 매우 고맙다. – 伊藤豊雄

Quotes:

[인터뷰]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이토 도요오

  •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Pritzker)상’을 최근 수상한 이토 도요오(伊藤豊雄·72)
  • 난 건축을 선택한 게 대학 느지막한 시기였고, 공공건축에 눈뜬 것도 51세가 다 돼서였다. “현대건축이 일반 시민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게 아닌가 우려하던 차였다. 젊은 건축학도들과 대화해 보면 건축에 대한 리얼리티가 없다고 할까. 과연 건축이 누구를 위해, 뭘 위해 필요한 것인가라는 건축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이 결여돼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건축가의 사회적 영향력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던 참에 2년 전 3·11 동일본대지진이 터졌다. 지난 2년간 젊은 건축가들을 데리고 도호쿠(東北) 지방을 찾아 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과연 어떤 건축이 필요한지를 피부로 체험하며 자문해 왔다.”
  • 가설주택에 사는 이재민들의 사랑방인 ‘민나노 이에(House- For- All)’ 프로젝트 / 센다이 미디어테크
  • “누구 한 사람만을 위한 건축이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이 모여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건축가들은 너무 에고이즘이라고 할까, 자신의 미학과 스타일을 밖에 내세운다. 그걸 배제하지 않으면 사회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할 거다.” “현대건축은 기능이란 말에 의해 공간이 너무 분할돼 버렸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라고 하면 ‘어린이는 이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나이 든 이들은 저리로 가라’ 등으로 나눠 버린다. 그래서 센다이 미디어테크를 설계할 때는 과감히 벽을 헐었다. 도서관 직원과 어린이·어른·학생 모두 하나가 돼 자신이 좋아하는 장소에서 자신이 원하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철저히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 기둥을 튜브 구조로 한 것도 도심 속의 공원을 만들고자 했고, 그런 맥락에서 튜브 기둥은 나무와 같은 존재였다. 위에서 빛이 들어오고 위아래로 바람 구멍 역할을 했다. 물론 계획 단계에선 반대가 심했지만.”
  • 그때만 해도 뭔가 가볍고 경쾌한 공기를 건축에 도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좀 더 무거워도 괜찮은 것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 시대적·공간적 변화를 중시 – 난 시대를 앞서 가지 않고 그 시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 그리고 그 시대 라이프스타일에 건축의 질서를 맞추는 정도가 좋다고 본다. 그걸로 충분하다
  • 오늘 이 시점에서 인류의 미래를 위한 ‘좋은 건축’은 뭐라고 보나. – “지난 100년의 건축은 현대 모더니즘의 시대였다. 그로 인해 도시도 발전해왔다. 근대 건축은 기본적으로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같은 건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상 속에서 발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지역의 독특한 문화를 계승하는 건축, 그 도시에서만 가능한 건축이 필요한 시대에 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내가 한국에 가서 건축 프로젝트를 한다면 당연히 한국의 지형과 문화에 대해 이해가 깊은 한국 스태프들과 팀을 꾸리지 않으면 안 된다. 서양 문화를 통해 한 세기 동안 근대화를 이뤘지만 이젠 우리 아시아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시대가 됐다.”
  • “건축가의 힘이 아니다. 시공 건설사의 힘이 크다고 본다. 지금도 우리가 어려운 과제를 제시하면 장인(職人·쇼쿠닌)들은 ‘그거, 내가 해줄 게’라며 달려든다. 그런 이들이 도처에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다 명인 도 아니다. 틀 짜는 일 등 대접받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이들이 많아야 수준 높은 건축을 할 수 있다. 솔직히 그들에게 매우 고맙다.”
  • 한국 건축에 대해 고언을 한다면. – “건축가가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문제 아닌가. 우수한 인재는 있지만 사회가 새로운 건축을 허용하지 않는 게 문제다. 일본은 비교적 새로운 걸 용인하는 문화가 있다. 특이한 건축물을 보면 대다수 국민은 ‘잘 모르겠는데…, 그래도 뭐 좋은 거 아니겠어’라며 넘어간다(웃음). 한국은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이 벽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 “84년 나카노에 내가 집을 지었다. 그걸로 건축학회상도 받았다. 그런데 매우 실험적인 주택이어서 가족들 평가는 좋지 않았다(웃음) … 2년 전부터 어린이들을 위한 건축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 건물을 짓는 데 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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